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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나무 심리상담연구소

① 부처님의 하이파이브 본문

김권태의 <요즘학교>

① 부처님의 하이파이브

동쪽숲 2025. 4. 7. 16:11

[김권태 선생님의 요즘 학교는] ① 부처님의 하이파이브

 

네가 없는데 어찌 내가 있을까

동아리 학생들과 하이파이브 인사
합이 맞지 않는 아이들 많아 놀라
상대 마음 맞추기 전에 경청 필요
나를 내려놓고 상대에 집중해보자

 

동아리 학생들과 한 해 수업을 마무리하며 더 잘하자는 의미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서로 한 손뼉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는데, 의외로 합이 맞지 않는 친구들이 많아 놀랐다. 

그중 한 아이는 여러 번 하이파이브를 시도해도 도무지 손뼉의 합이 맞질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런 간단한 손뼉 인사가 되지를 않는가. 퍽 당황스러웠다.

다음날 수업시간에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몇몇 아이들을 불러내 다시 하이파이브를 시도했다. 마찬가지다. 그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대답한다. 

“선생님이라 어렵고 부담돼서 그런 것 같아요.”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키가 다르니까 맞추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대답이 쏟아진다. 

“아니, 다 맞는 말이지만 진짜 본질은 아닌 것 같아요. 어렵고 부담되기 이전에, 마음을 맞추기 이전에, 키가 다르다는 걸 알기 이전에, 이 앞에는 대체 무엇이 전제되어야 할까요? 저는 그 사람에 대한 ‘경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청은 꼭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집중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상대가 아무리 그에게 주의를 기울여도, 다른 상대가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코 손뼉은 마주칠 수 없습니다. 귀가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전할 수 있나요. 잠시 내 생각을 내려놓고 온전히 상대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바로 귀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대화의 첫 번째 전제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잘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잘났거나 못났거나, 좋거나 밉거나 같은 반이면 다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딱히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엄마, 우리 반 친구 중에 진짜 짜증나고 재수 없는 놈이 있는데 말이야…’처럼 미워하면서도 그 바탕은 항상 친구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소개팅을 하기도 전에 MBTI로 나와 다른 사람을 먼저 거르는 시대가 왔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항상 비슷한 콘텐츠만을 추천해 나를 거대한 우물 속 확증편향된 개구리로 만든다. 

내가 수많은 비슷한 나로 중첩되어봤자 고작 나 하나의 시선일 뿐인데,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안다. 고통 없이 성장하길 바라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풍부한 어휘라고 자랑한다.
 

물질이건 정신이건 생명의 기본은 다양성이다. “이것이 있어야 저것이 있고(此有故彼有), 이것이 생겨야 저것이 생긴다(此生故彼生).” 이러한 자각 뒤에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此無故彼無),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此滅故彼滅)”는 자비심이 일어난다.

지혜와 자비의 이치를 담은 부처님의 ‘연기송(緣起頌)’이 바로 귀를 만든다. 귀가 없는데 어찌 말을 전할 수 있으며, 네가 없는데 어찌 내가 있겠는가. 거대한, 부처님의 하이파이브다!


<동국대사범대학부속중학교 교사>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1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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