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나무 심리상담연구소
AI 시대의 교육① 본문
AI 시대의 교육①
- AI가 흉내 못 내는 ‘진짜 실력’, 토론과 에세이에 답이 있다
“세계 최고의 사진가 100명을 초청해 사진 경연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는 참가 자체만으로도 큰 영광이 되는 일이었는데, 주제는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돌멩이 하나를 찍는 일이었다. 모두에게 똑같은 카메라가 지급되었고, 조명 등 모든 세부 사항도 조건을 같이했다. 이때 참가한 사진가들뿐만 아니라, 대중 독자들도 최고의 사진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만큼 명작이 선정됐다. 과연 그 사진은 어떤 모습을 담고 있을까?”
최근 학교 수업 녹음파일이 학원 강사들에게 전해져 내신 대비 자료로 쓰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녹음한 수업을 AI가 녹취록으로 풀고, 수업을 요약하고, 또 시험 문제를 예측한다. 학생들은 노트북 녹음기를 켜둔 채 딴청을 한다. 공부는 AI가 하고, 시험 준비는 학원 강사들이 한다. 시험에서 100점을 맞지만, 실력은 없다. 공부라는 것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해 그 모르는 것을 채워가는 과정인데, 그 본질을 모르는 것이다. 교육을 한다면서 이렇게 무지를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위에 시험 문제를 하나 만들어 보았다.
수십 년째 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21세기 창의적 인재 양성과 문제해결능력 함양이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해야 창의적 인재를 키우고,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할 수 있을까. 아직도 구체적인 매뉴얼 없이 그저 근사한 구호로만 떠돌아다니는 말이다. 답이 없지만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경험과 성찰이 공부다. 실패할수록, 모르는 것을 발견할수록, 공부가 더 잘돼 가고 있다는 증거다. 과거 진리로 여겼던 고전물리학이 현대물리학을 통해 절반의 진실이 되었듯, 교육에서는 정답이 없다는 전제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면 학생들이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고, 또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꺼이 세상을 정의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긴 실패의 경험이 자산이 되어, 창의적 인재가 되고 문제해결능력이 함양되는 것이다.
정답이 없기에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상상력을 발동한다. 돌멩이가 가진 주름을 통해 세월의 흔적을 찾으려 하고, 돌멩이를 찍는 대신 그 그림자를 통해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가늠하려 한다. 돌멩이와 책상이 만나 생긴 접촉선을 과장되게 찍으며, 돌멩이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책상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그 기묘한 선에 주목하며 관계를 재정의한다. 책상과 돌멩이, 그리고 분주히 이 장면을 담으려는 사진가들, 그날의 풍경이 한 사진가의 눈망울에 맺혀 온전히 빛나는 그림, 참가자들은 이 사진을 장원으로 결정한다. 그런데 이 사진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의 작품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부탁을 받고 이 장면을 찍어준 사람의 작품으로 해야 할지 새로운 논쟁거리가 생긴다. 이렇듯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고, 또 뭐라고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해 서로 의견을 내고 토론하고 합의하며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교육’이다.
AI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좋은 답안이란 스스로 사유한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AI가 모든 것을 하기에 인간이 무의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만이 할 일을 찾지 못할 때 스스로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어떤 녹취록도, 어떤 대비 자료와 예상 문제도 필요 없는 수업, 온전히 학생 개인의 경험이 확장되고 존중받는 수업, AI 시대 우리 교육의 실천 과제다.
김권태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