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나무 심리상담연구소
AI 시대의 교육 2 본문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8172
AI 시대의 교육
- 데이터에는 영혼이 없다. 고로 인간만이 삶을 발명한다.
아이 하원을 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탄다. 엘리베이터에 붙은 거울이 우리를 반겨준다. 예쁜 방울이 달린 털모자를 쓰고, 아이가 거울 앞으로 달려가 입김을 분다. 하얗게 맺힌 입김 위에 아이가 벙어리 장갑 낀 손으로 하트를 그린다. 하나로 뭉쳐진 둥근 손가락이 곱게도 하트를 그린다. 하트가 지워질세라 연신 입김을 불어대며, 호호- 숨결을 불어넣는다.
숨결이 닿을 때마다 거울이 하트모양 입으로 연신 웃음을 터트린다.
<하트>라는 제목으로 시를 지었다. ‘AI 시대, 우리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나만의 대답이다. AI가 할 수 없는 것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그 첫 번째는 ‘자율성’이다. 인간은 스스로 욕망을 일으키고, 때론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이, 자기에게 해로운 욕망을 품으며 스스로의 가치와 충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도덕적 책임을 지며 자율성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두 번째는 ‘메타인지’다. 인간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아차리며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다. 밖에서 들어오는 외부 정보와 안에서 일어나는 내부 정보를 구분하고, 이 둘을 한꺼번에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있다. 세 번째는 ‘감정’이다. 인간은 자기가 만든 작품에 희열을 느끼며 감동할 수 있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자신만의 내적 스토리가 펼쳐지며 순간순간 강렬한 정서적 떨림을 경험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죽음’이다. 인간은 자신이 사라져도 이 세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내가 사라진다는 근원적인 두려움과 함께 그 두려움을 통해 생겨나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 실존적인 주체다. 그리고 이 네 가지 모두를 합한 것이 바로 ‘예술 창작’이다. 인간이 가야 할 길이다.
옛날에는 밭을 갈 때 멀리 서 있는 미루나무를 보며 쟁기를 밀었다. 눈앞의 고랑만 보고 쟁기를 밀면 처음엔 반듯해 보이지만, 막상 뒤돌아봤을 때는 삐뚤빼뚤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뭔가를 쓰고 싶다는 욕망과 느낌, 생각들이 예술에 있어서 저 멀리 서 있는 미루나무다. 작가는 이 미루나무를 보며 길을 잃지 않고 작품을 쓴다. 이 미루나무는 이제 작품 속에 숨어 작품 전체를 붙잡게 된다. 독자는 이 보이지 않는 미루나무가 내뿜는 에너지에 감동을 받고, 거기에 자극돼 자기만의 느낌과 해석이라는 작품값을 지불한다. 마치 판토마임 극을 보는 것처럼 관객이 연기자의 행위를 자기식대로 해석하고 개입하며, 작가에게 스스로 작품값을 내어놓는 것이다. 이때 독자는 작품의 새로운 창작자로 거듭나게 된다.
풍경화에는 보이지 않는 소실점이 숨어있다. 이 소실점은 그림 속 사물과 작가 사이의 시선의 거리이기도 하다. 또한 시공을 초월해 작가의 보는 눈과 관객의 보는 눈이 만나는 지점이다. 천 년 전에 죽은 작가를 되살려내 함께 영원을 경험하는 자리다. 이것은 결코 AI가 할 수 없는, 오직 인간만이 갈 수 있는 길이다.
AI 시대, 우리 교육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나?
김권태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