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나무 심리상담연구소
21. 공존이라는 감각 ① 본문
[김권태의 요즘 학교는] 21. 공존이라는 감각 ①
보이지 않는 신뢰가 사회 근간
20년 이상 자살률 OECD 국가 1위
2024년 합계출산율 0.75명 불과해
신뢰 없는 사회에 인재·혁신 없어
신문을 읽고 아침 토론을 하는 시간에 불현듯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왜 우리나라는 세계 자살률 1위인가요?”
자료를 찾아보니 OECD 국가 중 2003년부터 20년 넘게 압도적으로 자살률 1위라고 한다. 작년 한 해 1만4872명이 자살했다.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니 OECD 평균 10.7명보다 거의 3배에 가깝다. 더 슬픈 것은 아이들도 모두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고, 그러면서도 아무도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약 40명이 36분 간격으로 세상을 등지는 나라, 매 교시 수업을 하고 나올 때마다 한 명씩 세상을 등진다. 최근 10년간은 경북 김천시 인구와 맞먹는 약 13만 50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군인 사망자 수와 같다. 참으로 경천동지할 일인데, 그런 감각조차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초현실처럼 기괴하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한 나라가 현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출산율이 2.1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2024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5명에 불과하다. 남녀 각각 50명이 결혼해 다 아이를 낳았다고 가정할 경우, 1세대 100명이 2세대에 38명, 3세대 14명, 4세대 5명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백 년 안에 눈앞에 벌어질 일들이다.
“어떤 사람이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렇죠. 다들 그 사람을 구해 주려고 애쓸 겁니다. 근데 만약에 지금 자기가 바쁘다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요? 또 그런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번에는 야구장입니다. 앞사람들 때문에 뒷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키가 큰 사람은 괜찮은데, 키가 작은 사람은 통 관람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의자나 상자를 가져다 줬더니, 어떤 사람은 그게 불공정하다고 합니다. 특별 서비스를 받았으니 따로 요금을 내야 된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에는 어떤 친구가 초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20대에 전문의가 되어 몇 억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칩시다. 남들 게임하고 놀 때 쉬는 시간까지 아껴 쓰며 공부해 얻은 결과니 다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억대 연봉자는 세금이 높아서, 가령 약 40%의 소득세를 낸다고 칩시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뭔가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구요?
이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신뢰는 마치 공기와 같아서 있을 때는 잘 못 느끼지만, 없을 때는 생사를 다투는 일이 됩니다.
내가 물에 빠졌을 때 모르는 사람이라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면, 여러분은 과연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을까요? 의자가 없어도 관람할 수 있는 사람이 의자를 받치지 않으면 관람할 수 없는 사람에게 의자를 내어 주는 일이 역차별이라고 한다면, 그게 과연 바른 감각일까요?
어떤 사람이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매달 엄청난 병원비를 지불해야 한다면, 그 가족은 억울함을 떠나 대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사회가 나를 도와줄 거라는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이런 사회에 발을 딛고 살고 싶을까요? 이런 곳에 과연 인재들이 모여들어 지속 가능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자살률과 출산율은 이 세상의 공기와 같은 신뢰 지표입니다.”
김권태 동국대부속중학교 교사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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