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나무 심리상담연구소
[김권태의 요즘 학교는] 22. 공존이라는 감각 ② 본문
[김권태의 요즘 학교는] 22. 공존이라는 감각 ②
공동체 위해 ‘공정’에서 ‘공존’으로
성과 최우선 하는 경쟁 능력주의
시스템 효율 위해 인간성 유보
사회 신뢰 위해 공존 목적 필요
지난해 대학을 다니다 그만둔 학생이 1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는 4년제 대학 신입생의 3분의 1로, 학생들이 더 상위권의 대학으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울대생들도 열등감에 차 있다고 하는데, 그건 의대에 못 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것은 지방 의대 학생들은 수도권 의대에 가지 못한 열등감에, 인기과 레지던트에 합격하지 못한 의사들은 인기과에 못 간 열등감에, 이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도 강남에서 개원의가 되지 못하면 열등감에 빠진다고 한다. 이처럼 능력주의는 사람들을 끝없는 비교 지옥에 빠뜨리며 열등감과 패배주의로 몰아넣는다.
능력주의는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권력, 재화의 획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념이자 시스템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능력’ 있는 자로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을 하고, 이 경쟁은 가장 ‘공정’한 것이 돼야 한다. 그리고 겉으로 선명하게 드러난 이 공정을 최고선으로 삼기에 우리는 공정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능력주의를 내면화한 우리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자기보다 덜 노력한 사람으로 여긴다. 한편으론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과 비교하며 열패감에 빠진다.
이때 공정이라는 근사한 방패는 자기 열등감을 숨기는 데 안성맞춤이다. 그렇게 안전한 방패 뒤에 숨어 어떤 기준에 못 미친 사람들에게 ‘맘충’, ‘기레기’, ‘지잡대’ 등 조롱과 혐오의 말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낸다. 능력주의는 또 불평등이라는 누적된 사회 모순을 개인의 노력 부족 탓으로 여기므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강박적으로 자기 계발에 매달리며 스스로를 소진하게 한다. 모두가 번아웃에 빠진 이유다.
경쟁은 동일한 조건에서 누가 더 자격이 있나 능력만을 따지기에 그 결과에 대해 납득할 만한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다. 따라서 경쟁을 통해 뽑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있다. 뭐든 경쟁을 붙이면 최소 비용으로 가장 생산성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고, 또 경쟁해야만 개인이 더 열심히 준비하고 성장할 동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이 능력주의는 인간을 시스템의 한 부품으로 여기고 시스템의 효율성을 위해 인간성을 유보하도록 한다. 효율성과 이윤 극대화가 우선이기에, 제품을 보다 ‘더 싸고, 더 많이, 더 빠르게’ 생산하는 것이 선의 가치에 서고, 그 과정에서 부품 취급받는 인간은 인간다운 가치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효율성과 이윤 극대화를 저해하는 일이 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더 효율적인가?’란 질문이 내재화된 사회는 목적지도 없이 그저 빠른 속도로만 경쟁하는 살벌한 고속도로와 같다.
앞으로 우리는 공정이란 말이 나올 때마다 공존으로 바꿔 읽으며 하나의 감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럼 ‘공정’을 목적으로 할 때 부당하다고 느꼈던 일들이 ‘공존’을 목적으로 할 때는 공기처럼 이 사회의 신뢰를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세금을 내는 일도, 약자를 위해 의자를 내어 주는 일도, 내 일을 제쳐 두고 물에 빠진 사람을 돕는 일도’ 이런저런 공정성을 따지기 전에 공존을 위해 꼭 필요한 공동체의 약속이자 의무임을 깨달을 수 있다. 이때 능력주의는 필요악이 아닌, 세상에 ‘기여함’을 따지는 다른 차원의 능력주의가 되고, 남을 이기는 경쟁은 자기만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의미로 그 차원을 달리할 것이다.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 김권태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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